교육부가 '여름방학 없는 유치원생 등원' 문제에 대해 '너무 늑장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오는 25일부터 '교육부장관의 수업일수 감축 지시 늑장 대응 유아교육 관료들에 대한 퇴진운동'에 나서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아래 참교육학부모회) 등 학부모단체들까지 교육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장관 지시 있었지만 교육부는 내부 논쟁 중
24일, 교육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교육부 유치원 관련 부서는 유은혜 교육부장관의 지난 7일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검토' 지시 이후 내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부 유아교육 관련 부서 관리들이 '학부모단체 반대'를 이유로 들며 '수업일수 감축'에 대해 문제점을 집중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학부모단체인 참교육학부모회의 나명주 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어린 유치원생들이 무더위와 추위 속에 방학도 거의 없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면서 "교육부는 유 장관의 지시대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수업일수 감축에 하루 빨리 나서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평등교육실현을위한인천학부모회도 지난 9일 낸 성명에서 "우리 학부모들에게 코로나 사태 속 유아들의 신체·정서·사회적 안전과 보호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천재지변·긴급재난 및 감염병 등이 발생할 경우, 유치원에 탄력적인 수업일수 운영과 보건전문인력 확충 등 교육현장의 안전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반해, 전국유치원학부모협의회는 성명에서 "법정 수업일수를 추가로 감축하는 것은 결코 온당하지 않고 계획된 진도대로 교과과정의 정상적인 이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교육당국이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들의 입장을 외면한 채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을 감행한다면 대정부 투쟁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24일 현재 이 단체 공식 밴드에 올라있는 해당 성명서 댓글 17개 중에 15개가 이 성명서 내용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한 학부모는 댓글에서 "혹서기, 혹한기에 단체생활하면 생고생이고 감염병에 취약하다"면서 "왜, 누구의 의견으로 이 성명서를 발표한 것인지 답변해 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원단체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수업일수 감축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왕정희 전교조 유치원위원장은 "지금도 마스크를 쓴 유치원생들이 피부 발진과 함께 가쁜 숨을 쉬며 견디고 있는데 여름방학이 없다면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른다"면서 "이런 유치원 현장을 모른 채 초중고 온라인 개학 당시 유치원을 방치하고, 이번엔 수업일수 감축 문제까지 늑장을 부리는 교육부 유치원 관료들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도 유치원생이 가쁜 숨 쉬고 있는데...늑장 관료 퇴진해야"
교사노조연맹 소속 전국국공립유치원노조도 24일 성명에서 "역대 최고의 폭염이 예상되는 이번 여름 20명이 넘는 유아들이 짧게는 4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 이상 마스크를 쓰고 지내야 하는 것에 대해 교사들이 우려한다"면서 "교육부는 여러 교원단체와 교사들, 학부모 단체들까지 한 목소리로 수업일수 감축이 필요함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는 실정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지난 22일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가 공동으로 교육부를 방문해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법령 근거 마련을 위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지'를 전달했다. 이 서명에는 국공립 유치원 교원 1만 685명이 참여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유치원 관련 교육부 관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문제는 교육부가 다방면으로 의견을 들어서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아직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며 지금은 어떤 내용도 공개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원격수업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원격수업을 내실화하기 위한 정책연구 7건을 위탁 공모한다.
2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교육부가 공고한 정책연구는 총 13건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인 7건이 원격수업과 관련된 내용이다.
우선 '유치원 원격수업 운영모델 구안을 위한 기초 연구' 과제가 눈에 띈다. 만3~5세 유치원생의 경우 신체 발달단계상 원격수업을 하기 어렵다는 교육부 판단에 따라 1학기 개학이 지난달 27일에나 이뤄졌다. 그러나 막상 수도권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여전해 현재 돌봄을 제외한 원아들이 등교와 원격수업에 번갈아 참여하게 된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 연구에 국내·외 초등 저학년과 유치원의 원격수업 현황과 실태를 분석하고 원격수업 모델 개발, 유치원 원격수업 관련 단기, 중·장기 정책 제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초·중·고교 단계의 경우 원격수업 관련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선방안과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 운영방안을 모색하는 총론 성격의 연구를 비롯해 체육·음악·미술 등 실기수업에서 원격수업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각각 정책연구로 공모한다.
가장 고액인 4000만원을 지원하는 '원격수업 경험을 통한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선방안 연구'는 원격수업 의미를 정립하고 운영기준과 유형, 수업량, 학급단위, 교원의 역할을 탐색하는 개념 정립 내용이 담겼다. 재난 상황 등에서 원격수업 운영 관련 법·제도 기반을 조성하는 등 근거도 세워야 한다. 또한 원격수업 운영 현황을 분석·진단하고 국가수준 교육과정 개선 방향과 보완정책, 제도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개선안을 내야 한다.
다음으로 '원격수업의 질 제고를 위한 교육과정 운영 방안 탐색 연구'의 경우 코로나19에 의한 등교·원격수업 유형에 따라 실태를 분석하고 원격수업을 통해 역량이 함양되는지, 현장 상황을 분석해 수업 질을 높이는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국가 교육정책 변화에 따른 수업량 적정화 방안 연구' 과제도 공모한다. 원격수업과 고교학점제 도입 등 새로운 교육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재난 및 감염병 등에 따라 수업시수 감축 기준을 검토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체육·예술 분야별로 원격수업 콘텐츠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도 공모한다.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학생 개인차와 시·공간적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 만큼 원격수업이 가능한 체육교육 내용을 발굴하고, 그에 적합한 교육·평가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가상·증강현실(VR·AR)이나 인공지능(AI) 등 최신 에듀테크를 적용하는 방안,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 병행 등 상황에 따라 활용 가능한 교육·평가법을 제시해야 한다.
대학의 경우 '포스트 코로나 대비 장애대학생 학습권 보장 대체자료 지원방안 연구' 과제를 위탁한다. 올 1학기 많은 대학이 재택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시각·청각장애가 있는 대학생을 위한 점자교재나 강의 수어통역·속기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연구과제에는 대체자료를 지원하기 위한 저작권법 해석, 제작 현황, 실제 장애대학생의 요구를 분석한 뒤 제도개선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이 같은 원격교육 관련 정책연구는 대부분 5~6개월 단위 과제들이다. 연내 연구결과가 마무리되면 내년 이후 정책을 개발하는데 참고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장관 직속 자문기구인 미래교육위원회 차원에서 코로나19 이후 교육 대전환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다음달까지 7~8회 대화하고 이르면 7월 중 한국형 원격교육 중장기 발전방안(가칭) 등 미래교육체제 구축을 위한 중장기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공모한 정책연구에서 드러낸 고민도 중장기 정책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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